◈◈...외로운 황혼...◈◈
닿을 수 없는 거리는 그리움을 낳고,
메울 수 없는 거리는 외로움을 낳는다.
바라는 보아도 품을 수 없는 것들은 사무침으로 다가 온다.
가까이 있다가 멀어지면 그 거리만큼 눈물이 흐른다.
이별의 강은 그래서 마르지 않는다.
한 생의 황혼에 서면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가까울수록 이별의 슬픔은 배가(倍加)된다.
여든을 눈 앞에 두고 상배(喪配)한 김춘수 시인
(1922~2004)의 사무침이다.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 어디로 갔나
/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 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 어디로 갔나 /
이 사람아 갑자기 왜 말이 없나.”
2년 전에 사별했지만 아내는 아직도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로 잠시 외출한 듯하다.
불러도 대답이 없자 노시인은 풀이 죽고,
가슴엔 빗발이 퍼붓는다.
피를 나눈 형제와의 이별도 목이 멘다.
한 가지에서 태어 났지만 죽음은 선후를 가리지 않는다.
“어느 가을 바람에 여기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서 나고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모르겠구나".
먼저 간 누이를 기린 신라 월명스님의
‘ 제망매가(祭亡妹歌) ’ 는 천년 세월을 메아리진다.
노인 5명 중 1명은 만나는 사람 없이 외톨이로 살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들은 자식과 따로 사는 것은 물론,
친지나 이웃과도 전혀 교류가 없다는 것이다.
대화의 상대가 끊긴 노인들은 살아도 죽은듯이 외로운
말년을 보내고 있다.
죽음만이 영원한 이별은 아니다.
살아도 만나지 않으면 이미 사별한 거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점점 사람과 사람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부부 사이, 부모와 자식, 이웃과의 거리도 갈수록 멀어져만 간다.
가까운 이가 멀어지면 그 눈물은 배가 되어 흐른다.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에 이 땅의 황혼이 울고 있다.
~* 출처:경향, '餘適'에서 / 옮겨드림 *~